사무실 책상 위에 데스크테리어처럼 향수 몇개를 한줄로 세워놓고 그날 기분에 따라 한번씩 뿌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날 오후,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는데 제 책상에서 익숙한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나는거예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아까 타놓고 덜먹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어요. 그런데 커피에서 향수냄새가 확 나는거예요. 목구멍으로 내려가고 있는 향수냄새가 역해 깜짝 놀랄 정도로요. 그리고 직원 중 한 분이 웃으면서 제게 오더니“나한테 좋은 냄새 안나? 좋은 향기 나지요? ” 이러더라구요.“혹시 제 향수 뿌리셨어요?” 제가 물었더니“응! 아까 여기 와서 향이 궁금해서 막 뿌렸어. 얘도 뿌려줬어.” 하면서 얘(곰인형)를 가리키더군요. 아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는 이 부서의 책임자이고 40대예요. 그분은 제 계원이지만 60대이구요. 그분은 같은 업종에서 정년퇴임하고 심심해서 알바겸 해서 다시 여기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서 소소한 업무 하는 분이예요. 올해 초, 20대 알바생이 들어올만한 자리에 퇴임한 60대가 오셨는데 저 포함 직원들이 그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사실 불편했어요. 그래도 업무는 업무니까 다같이 잘 지내보자 싶어서 아침이면 제가 먼저 나서서 말이라도 먼저 걸어드리고 간식 먹을때도 같이먹자고 챙기고 그랬어요. 그분도 꼬박꼬박 존칭을 쓰며 제 직책을 불러 주시기에 저도 이정도면 괜찮다 싶었구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선을 넘으시네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아 어쩐지 커피를 한모금 먹었는데 커피에서 향수 냄새가 많이 나더라구요. 이상하다 싶었어요.” 미안하다고 할줄 알았으나 전혀 다른 반응이 돌아왔습니다.“어머 그래? 먹지마~~~.” 기분 나쁜 티를 내거나 인상쓰지는 않았어요. 사실 향수 몇번 쓴게 큰 일은 아니니까요. 왜 남의 물건을 쓰냐고 뭐라 할 수도 있었지만, 저보다 스무살 가까이 많은 분에게 그렇게 하고싶지는 않았어요. 애써 잘 만들어놓은 부서 내 관계가 소원해지는것도 원치 않았구요. 향수 뿌리다가 마침 그 아래 있던 커피잔을 미처 생각 못하셨을거고, 그 과정에서 분사된 액체가 다량 커피로 떨어졌겠죠. 그건 일부러 그러신게 아니니 이쯤으로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퇴근하면서 향수랑 데스크테리어 용품들 다 서랍에 넣고 왔습니다. 그분이 이정도에서 눈치를 채 주셨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