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녁마다 부엌에서 제일 행복해요. 밥을 해먹는 시간 말입니다. 남편 있을 때는 식사 시간이 진짜 일이었거든요. 뭐 자꾸 투덜대지, 반찬 뭐 하냐고 물어지지, 밥 먹는 속도도 맞춰야 하고ㅋㅋ 근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메뉴를 맘껏 한다니까요.

어제는 밤 10시에 계란말이만 구워먹었어요. 아무도 뭐라 안 해. 그저 혼자 주방에서 계란 구우며 생각했어요. 이게 진짜 자유라는 걸.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을지 말지도 내 맘, 점심에 김밥만 먹을지 우육면을 먹을지도 내 맘이잖아요. 누군가의 입맛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물론 처음엔 혼자 밥하는 게 쓸쓸하기도 했어요. TV 켜놓고 먹어야 했고, 밥 차리는 동안 허전함도 크고. 근데 6개월쯤 지나니까 달라졌어요. 이제는 밥 짓는 냄새도 좋고, 예쁜 그릇에 담아내는 것도 즐기고. 요리 유튜브도 보면서 새로운 반찬도 만들어보고.

혼자 밥해 먹는 거 별 거 아니지만, 이게 진짜 내 삶을 돌려받은 느낌이거든요. 언제 먹든, 뭘 먹든, 그 모든 게 내 선택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부엌은 더 이상 의무의 공간이 아니라 내 자유로운 시간이 됐어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이 자유로움이 진짜 사치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