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변으로 나갔수다. 요즘 이맘때 바다가 참 곱더라고요. 물이 맑아서 그런지 햇빛이 투명하게 들어오고, 파도 소리를 들으니까 그동안 뭔가 부글부글 끓던 마음이 좀 내려앉았어요.
제주 와서 제일 좋은 거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예요. 육지 있을 땐 바다를 보려고 자동차 타고 시간 내서 가야 했는데, 여기선 그냥 마음이 답답하면 가까운 해변을 다녀와요. 5년을 살아도 같은 바다가 매일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부느냐에 따라 물색도 달라지고, 파도의 크기도 달라지고.
어제는 노년층 분들이 아침 산책으로 나와 있었어요. 어떤 할머니들은 짝지어서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걷고 계셨고, 할아버지는 혼자 같은 자리에서 오래 바다를 보고만 계셨어요. 그걸 보니까 나도 왠지 위로가 됐어요. 나이 먹어도 다들 나름대로 바다를 찾고, 자기 페이스대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수다.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제주에서 산다고 해도, 이 바다와는 계속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혼자라고 느껴질 때마다 여기 와도 되겠다 싶어요. 요즘 자꾸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바다 보니까 조금 나아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