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에 대한 글을 이것 저것 올리면서 받는 많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그래서 뭐 사야 되는데요?'였습니다. 암만해도 종목에 대해 가장 관심들이 많으시지요. 특히, 요즘은 반도체에 대한 질문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배에 올라탈 것인가? 종목 정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종목 선택의 핵심은 '좋은 종목'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종목'을 찾는 것입니다. 여기서 '지금의 나'에는 두 가지가 들어갑니다. 내 실력, 그리고 내게 남은 시간이지요. 이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큰 그림입니다. 살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장 전체를 사는 것, 다른 하나는 개별 종목을 사는 것이지요.
장 전체를 산다는 건 지수를 산다는 뜻입니다. 미국이라면 S&P500이나 나스닥100, 한국이라면 코스피200 같은 것들이지요. 좀 더 세분화하면 특정 섹터의 ETF를 사는 것도 그 섹터의 장 전체를 사는 것입니다. 반도체 ETF를 사면 삼성전자 하나가 아니라 반도체라는 배 전체에 올라타는 셈이지요.
그다음이 개별 종목입니다. 한 섹터 안에서 특정 회사를 골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개별 종목을 고르는 방법이 또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모멘텀을 추종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기본 가치를 따라가는 방법입니다. 모멘텀이란 지금 장을 주도하는 종목이나 섹터를 사는 것입니다. 요즘이라면 반도체, 직전이라면 2차전지가 대표적이었지요. 기본 가치를 따라간다는 건 반대로, 펀더멘털에 견주어 싼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대체로 소외된 섹터,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곳에서 나옵니다. 모멘텀을 탄 종목은 이미 비싸졌으니 기본적 분석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소외된 종목은 가치는 멀쩡한데 가격이 안 올라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것이지요.
자, 그럼 어떤 배에 올라타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으로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실력입니다. 주식을 잘 모르시겠다, 그러면 그냥 S&P500이나 나스닥 100입니다. 장기로 보면 꾸준히 우상향하니, 모르겠으면 여기 묻어두는 것이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아래는 2010년부터 강남아파트, S&P500, 나스닥100을 동시에 출발했다고 가정하고, 15년간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챠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는 꼭 짚고 싶습니다. 지수를 사는 것은 '못하는 사람의 차선'이 아닙니다. 길게 보면 지수는 대부분의 개별 투자자를, 심지어 대부분의 전문 펀드매니저를 이깁니다. 종목을 고를 줄 아는 사람조차 그냥 지수를 들고 있느니만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뜻이지요. 그러니 '모르면 지수'가 아니라 '알아도 지수'일 때가 많습니다. 바로 반도체 사이클이나 장의 흐름을 읽을 자신이 되신다면 코스피200을 절반쯤 섞을 수도 있고, 특정 분야를 정말 잘 아신다면 그때 비로소 개별 종목이 대상이 됩니다. 다만 그 문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실력보다 더 자주 잊히는 것 — 바로 '시간'입니다. 같은 종목도 서른 살에게 주는 위험과 예순 살에게 주는 위험은 전혀 다릅니다. 젊은 사람은 모멘텀에 물려 깡통을 차도 월급으로 다시 벌어 만회할 시간이 있습니다. 그에게 손실은 비싼 수업료입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은퇴하신 분에게 그 돈은 노후의 전부일 수 있고, 한번 크게 잃으면 만회할 두 번째 기회가 없습니다. 그에게 손실은 그냥 손실입니다. 그래서 모멘텀 투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잘 치고 빠질 자신이 없으면 대부분 상투에서 물립니다. 2차전지 고점에서 물리신 분들, 지수가 8000을 넘나드는 지금도 본전 못 찾으신 분이 태반이고, 금양 같은 곳에 들어가셨던 분들은 지금 상장폐지가 되네 마네 하면서 하루 하루 고통속에 살고 있습니다. 젊은 개미라면 시간이 약이 되겠지만, 노후 자금으로 그 자리에 계셨다면 약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말의 절반은, 내게 만회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아는 것입니다.
둘째는 '분산투자'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그 오래된 말이지요. 30년 넘게 주식시장을 봤지만 "이건 절대 안 떨어진다"던 것치고 안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지수는 예외입니다. S&P500이나 코스피200은 그 자체가 수백 개 종목으로 분산되어 있으니, ETF 하나로 이미 분산이 됩니다.
분산에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 바로 통화 분산입니다. 가만 보면 우리 자산은 한국에, 그중에서도 반도체에, 그것도 원화에 삼중으로 몰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도 원화, 연금도 원화, 주식도 한국 주식이라면, 원화가 흔들리는 날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그럴 때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달러 자산은 단순히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원화 위기 때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됩니다. 종목을 고를 때 '어느 나라, 어느 통화에 내 돈이 쏠려 있는가'까지 보시면, 분산이 한 차원 깊어집니다. 요즘은 S&P500이나 나스닥100같은 지수 추종 ETF를 굳이 미국 시장에서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추종하는 ETF가 많이 있습니다. 그걸 투자하시면 자연히 종목과 통화 분산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주식 종목에 대해 지인들이 물어볼 때 이렇게 권합니다. 지수를 바닥에 깔고, 자신 있는 개별 종목을 그 위에 얹으라고요. 은오님들 중에 주식을 잘 모르시면 자금의 대부분(가령 7-8할)은 지수에 묻어두어 흔들리지 않을 바닥을 만들고, 나머지(2-3할)로 정말 잘 아는 종목에 도전하는 것이지요. 이러면 개별 종목에서 크게 틀려도 노후의 바닥은 지켜집니다. 도전은 하되, 회복 불가능한 도전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핵심 한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종목을 제대로 고른다는 것은, 사실 그 종목에 내가 맞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과 같습니다.
무슨 뜻인지 종목별로 풀어보겠습니다. 모든 종목은 그것을 끝까지 들고 있을 사람에게 서로 다른 자질을 요구합니다. 그 자질이 없는 사람이 그 종목을 들면, 종목이 멀쩡해도 그 사람은 반드시 다칩니다.
모멘텀 종목부터 보겠습니다. 모멘텀은 '한박자 빨리 타이밍을 잡을 줄 아는 나'를 요구합니다. 어떤 면에서 종목을 고르는 건 쉽습니다. 시장이 주도주가 바로 보이니까요. 문제는 그걸 한박자 빨리 사고, 한박자 빨리 팔 수 있는가 입니다. 모멘텀은 본질적으로 잔치에 올라타는 일이고, 잔치는 반드시 끝납니다. 그래서 잔치가 시작될 때 한박자 빠르게 잔치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한창일 때 혼자 일어서서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는 사람은 심지어 잘 샀다가도 꼭대기까지 들고 갔다가 같이 무너집니다. 게다가 모멘텀은 '틀려도 만회할 시간이 있는 나'까지 요구합니다. 한 번 상투에 물리면 본전을 찾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니까요. 서른 살이라면 그 몇 년은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순 살에게 그 몇 년은 노후의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 그러니 모멘텀은 '손절이 빠르고, 틀려도 기다릴 시간이 있는 사람'의 종목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그 종목은 좋은 종목이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종목입니다.
지수는 정반대입니다. 지수는 '기다릴 줄 아는 나'를 요구합니다. 지수는 짜릿하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두 배가 되는 일도 없지요. 대신 길게 보면 꾸준히 우상향합니다. 문제는 그 '길게'를 견디는 일입니다. 중간에 지리하게 빠지는 구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때 공포에 질려 던져버리면, 지수의 우상향은 남의 이야기가 됩니다. 지수는 사는 능력이 아니라 안 파는 능력을 요구하는 종목입니다. 흔들려도 묻어둘 수 있는 사람, 매일 잔고를 확인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소외된 가치주는 또 다릅니다. 가치주는 '외로움을 견디는 나'를 요구합니다. 가치주는 대체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때 사야 쌉니다. 그런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건, 내가 산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남들이 다 모멘텀 종목으로 돈 벌었다고 자랑할 때, 나만 제자리걸음인 종목을 들고 묵묵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 외로움을 못 견디는 사람은, 특히 FOMO가 쉽게 오는 사람은 꼭 오르기 직전에 손절하고 나옵니다. 가치주는 분석력보다 인내심이, 인내심보다 고독을 견디는 힘이 더 필요한 종목입니다.
이렇게 보면, 종목 앞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이 분명해집니다. "이 종목이 좋은가?" 이전에, "이 종목은 나라는 사람에게 맞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셔야 합니다. 팔 줄 모르는 사람이 모멘텀을 사면 상투에 물리고,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지수를 사면 조정에 던져버리고, 외로움을 못 견디는 사람이 가치주를 사면 오르기 직전에 손절합니다. 그리고 만회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 한 종목에 전부를 걸면, 그 한 번의 실수가 노후 전체를 바꿔놓습니다. 세 경우 모두 종목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내가 그 종목에게 맞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목 공부보다 자기 공부가 먼저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차트를 백 개 들여다보는 것보다, 내가 손실 앞에서 어떤 사람인지, 남들이 벌 때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 내게 만회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첫째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눈보다, 그 종목 앞에 선 나를 보는 눈이 결국 오래 살아남게 하니까요.
요즘 장이 하루하루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만큼 크게 요동을 칩니다. 어제는 패닉으로 쏟아지다가 오늘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되돌리고, 다음 날은 또 거꾸로 가는 식이지요. 이런 장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분들이 바로 그 출렁임을 못 견디고 매일 사고파는 분들입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사람의 욕망과 공포도 같이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장이야말로 앞서 말씀드린 '나에게 맞는 종목'을 들고 있는지가 판가름 나는 시험대입니다. 기다릴 줄 아는 분이 지수를 들고 있다면 이 요동은 그저 지나가는 소음일 뿐이고, 미리 규칙을 정해 리밸런싱을 해두신 분이라면 오히려 기회가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남의 장단이 아니라 내 규칙에 따라 움직이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없을 때는, 때로는 현금도 훌륭한 종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아무 배에도 올라타지 않는 것, 그것 또한 엄연한 선택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어떻게 나눠 담을 것인가'까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개별 종목을 고르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그 종목이 정말 싼지 비싼지, 가치가 있는지는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다음 편에서는 바로 그 '기본적 분석'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회사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몇 가지 잣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