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어머님이

암 치료를 받고 계신다는 소식에

실버타운을 권했다.

돌아온 대답은 단칼 거절이었다.

실버타운을

요양원쯤으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아픈 동안에도 혼자 버티지 말고,

가능한 한 평범한 일상을

계속 살아보시라는 뜻이었다.

물론 치료와 집중 간호가 필요하다면

병원이나 전문 케어시설이 우선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에게도

실버타운은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걷고,

밥을 먹고, 병원을 오가며

자기 일상을 꾸릴 힘이 있다면

선택지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아픈 사람을 집에서 돌보는 일은

환자만 힘든 게 아니다.

매일 시간 맞춰 3끼 밥을 챙기고,

괜찮은지 살피는 일은

가족이라도 오래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환자 역시 그렇다.

아픈 몸보다

자식에게 짐이 된다는 미안함이

더 힘들 때도 있다.

그래서 병원 가깝고

자녀의 집에서 멀지 않은 실버타운에

지내보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형부가 계셨던

암 전문 케어병원에서는

한 사람이 좋아졌다가

또 한 사람은 상태가 나빠졌다.

그러다 함께 지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는 힘도 있었겠지만,

매일 병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좋은 병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일상을 살아갈 힘이 남아 있다면

병원 밖의 평범한 하루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침이면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고,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반찬이 맛있다, 맛없다 투덜거리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하루.

그곳에서는 적어도

하루 종일 ‘환자’로만 살지 않아도 된다.

암 환자에게

실버타운이 무조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삶 전체가

온통 ‘환자의 시간’이 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버타운에 들어가

늙으라는 뜻이 아니었다.

아플 때조차

내 삶을 몽땅 병에게 내주지 않는 것.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보시라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단칼 거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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