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이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무릎을 쳤다.

맞다.

은퇴하면 시간이 많아질 줄 알았다.

정확히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사람이 눈앞에 있다.

그러니 예전에 안 보이던 것까지 보인다.

양말 하나, 리모컨 하나, 말투 하나까지.

사소한 일에도 다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세상에서 가장 많이 싸우는 사람도

배우자다.

TV 소리가 왜 그렇게 크냐.

반찬이 짜냐, 싱겁냐.

싸울 이유는 없는데

싸울 소재는 끝이 없다.

참 신기한 일이다.

늙을수록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안다.

언젠가는

혼자 남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왜 싸울까.

특별한 이유는 없다.

너무 오래 함께 살아서,

너무 편해서,

말 한마디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해서 하는 말은

잔소리가 되고,

도와준다고 하는데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평생을 함께 살아도

상대를 이해하는 일보다

내 방식을 내려놓는 일이 더 어렵다.

40년, 50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우리는 끝내

상대를 고치려 든다.

그렇게 이기려고 했던 싸움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둘 다 함께 늙어버렸다.

이제는 사랑보다

이해가 먼저 필요한 나이다.

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그래서 오늘도 티격태격하고,

같은 밥상에 앉아 같은 TV를 보고

같은 집에서 잠든다.

생각해 보면,

부부가 오래 함께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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