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관련 글을 올린 지 2정도가 지났다.
구독자가 어느새 555명.
처음엔 그저 숫자였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건 숫자가 아니었다. 저 안에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전부다.
그중 누군가는 내 글을 참고하고,
누군가는 판단의 재료로 삼고,
또 누군가는 어쩌면 확신처럼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주식 글이라는 건 모호하다.
나는 흐름을 말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것을 매수 신호로 읽는다.
나는 조건을 달았는데
누군가는 그 조건을 지운 채 결론만 가져간다.
나는 분명히 위험을 함께 적었는데,
사람의 눈은 자꾸 상승 가능성에만 머문다.
글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
카페에는 매일 수많은 주식 글이 올라온다.
그중에는 자기 말이 옳았음을 증명하려는 듯,
종목을 외치고 매수를 권하는 글도 있다.
나는 가끔 그런 글을 보면,
내 글에 똑같이 묻게 된다.
이것은 정말 시장을 읽는 것인가,
아니면 시장이라는 무대 위에
나라는 존재를 앞세우고 싶은 마음인가....
방법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맞았다는 자아를 세우는 건 아닌지.
공부를 권하는 게 아니라
내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을
남의 판단 위에 올려놓는 건 아닌지.
솔직히 말하면, 이 경계는 생각보다 뚜렷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장은 누구의 자존심도 지켜주지 않는다.
차트는 내 명예를 위해 움직이지 않고,
수급은 내 확신에 충성하지 않는다.
몇 번 맞힌 걸 실력으로 착각하고,
몇 번의 환호를 영향력이라 부르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그 착각이 가장 위험하다.
진짜 영향력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누군가의 판단을 빼앗는 힘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자기 판단을 찾도록 돕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복기글을 쓰며 바란 것도 결국 그것이었다.
정답을 쥐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 이성으로 시장을 보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것.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남의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끝내 자기 안의 사고하는 습성을 잃는다고 했다.
투자도 다르지 않다. 남의 판단을 참고하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남의 판단을 그대로 내 결정으로 삼는 순간, 투자는 자신의 판단이 아니라 의존이 된다.
의존은 편하다. 하지만 편한 만큼 청구서를 요구한다.
주식 글이 남겨야 할 것은 종목명이 아닐 것이다. 종목명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오늘의 주도주는 내일의 소외주가 되고,
오늘의 기대감은 내일의 차익 매물이 된다.
그러나 시장을 보는 눈, 위험을 먼저 떠올리는 습관,
자기 기준 없이는 따라가지 않는 태도.
이런 것들은 오래 남는다.
종목은 한 철이고, 태도는 평생이다.
나는 예언자가 아니다.
시장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차트도 수급도 뉴스도 언제든 해석이 뒤집힐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맞히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지금 보이는 조건과 위험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것뿐이다. 확신보다 조건을 말하고, 기대보다 대응을 말하고,
수익의 가능성 옆에 손실의 가능성을 나란히 적는 것.
그것이 주식글을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믿는다.
구독자 555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다시 생각해본다.
이 숫자는 자랑이 아니라
아마 질문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더 쉽게 믿게끔 만들고 있는가?
답이 두렵다는 건, 적어도 질문이 옳다는 뜻일 것이다.
결국 투자는 자기 돈으로 하는 자기 결정이다.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좋은 주식 글이란, 읽는 사람을 내 판단에 묶어두는 글이 아닐것이다. 내 글 없이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글이 좋은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페에서 끝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글쓴이의 명성이 아니라, 각자의 올바른 판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밤 되세요.
-GIANT-
어떤 방식이 좋을지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식 복기 글은 당분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