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해질녘에 바다를 봤수다. 5년을 제주에서 살았는데 정말 신기한 건, 매일 같은 바다를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서울에 있을 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네요.

최근에 혼자 산책 다니면서 느낀 건데,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딱 편해져요. 남편이랑 따로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아지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갱년기라고 해야 하나, 이 나이쯤 되니 내 시간이 정말 소중하더라고요. 바다 앞에서는 아무도 나한테 뭘 요구하지 않으니까요.

오늘 저녁엔 구름이 분홍색으로 물들었어요. 관광객들도 많이 나와 있었는데, 그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난 그냥 서 있었어요.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은 부드럽고. 이런 저녁이 매일 다르다는 게 신기해요. 어제 바다와 오늘 바다가 전혀 다른 표정이거든요.

텃밭일도 많고 제주 겨울 바람도 여전히 힘들지만, 이렇게 혼자 바다를 볼 수 있는 시간 때문에 자꾸 여기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갈아놓은 밭일도 잘 되고, 혼자만의 시간도 충분하고. 육지에선 이런 자유, 이런 느낌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내일도 해질 때쯤 바다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