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혼을 앞두고 비슷한 상처를 겪은 모임을 통해 알게 지인이 있어요.
첫인상은 그냥 선생님이네? 반듯하고 지적인 느낌이 은근히 풍겼어요.
본인의 아픔과 방황 때문에 한동안 연락이 자주 왔었는데
수많은 대화가 이어지면서 몇번 불편한 대화가 오고갔답니다.
문제를 직면하지 못한다. -> 누구나 부러워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어보였다.
또다른 삶과 인생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 넌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 제가 들은 말이예요.. 해외여행 안가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의견을 못견뎌한다. -> 굳이 나를 이해시킬 필요 없는데..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 -> 말끝에 그녀의 생각이 묻어난다.
사실, 첫번째 문제라면 괜찮다. 그럴 수도 있는데
존중받지 못하는 대화는 더이상 흥미가 없어져서.. 소통이 안되기 때문예요.
굳이 맞지 않는 인연을 억지로 맞추며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아는 관계였다면 달랐을까 싶ㄱ디ㅗ 하구요.
하지만 30년도 넘게 만나온 고등 친구들과도 변화가 생겼어요.
그동안 잘 지내왔었던 건 그 모임 속에서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맞춰주는 역할을 하던 친구들이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친구들 몇은 예전에는 참고 넘어갈 일이었는데 꼭 한두소리 마음의 소리를 내뱉는 경우가 잦고
자기 주장 강한 친구들은 점점더 목소리가 커지고
서운함은 커지고 배려하는 마음이 점점더 부족해지는 듯... 아마 친하다고 생각해서 더 그럴 수도..
그러다보니 종종 작고 큰 트러블이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모임을 계속 이어가는 건,
친구들의 10대부터 20대, 30대, 40대를 서로 지켜보았기 때문이고
무례한 말을 했어도, 저 아이의 삶이 어쩐지 알기 때문에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 지칩니다.
모두 모였을 때 좋은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책임의식(?)을 놓으면 좀 나아질까요?
분위기 심상치 않을 때.. 한 친구가 너무 목소리가 커지거나 할 때
상황 봐서 화제를 돌리거나 자리를 이동하거나 그런 신경을 쓰는 게 피곤해요.
이번 여행을 친구들과 다녀오곤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상반기는 최대한 만남을 자제해야지 싶어요.
직장에서는...
공적 관계를 사적 관계로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가 제 마음이구요.
직장에서 친해졌다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동료가 있으면
같이 보내는 시간을 피하거나 지나칠정도로 예의를 갖추거나 하는 등 최대한 피합니다.
성향상 힘들어하는 사람을 못보고 지나치는데
반대로 이번엔 제가 걱정이 관심을 넘어 깊어질 즈음,
상대방이 조금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지면
아차 싶고..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어 한두발자국 뒤로 물러나 동료관계를 다시 정리해요.
직장동료들은 직장에서만 잘 지내려는 게 낫다는 게 나만의 룰이고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잘 안해요. 최대한 감정을 지우고 대합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거리, 업무적으로는 최대한 협조적이지만
그 외 개인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 개인적인 얘기는 삼가해요.
사실, 20대는 안그랬어요.
니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모두의 일이었고
성격 이상한 상사 있으면 동료들끼로 모여 욕하면서 동료애를 다지고
잘 맞는 직장동료는 친구가 되고 지인이 되고 연인이 되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감정소모를 겪고 싶지 않아요.
체력이 고갈되는 만큼 마음의 크기도 작아지나봐요.
사람들에게 마음을 안주니 피로할 일이 훨씬 줄고
마음 다치는 일이 없으니 내 일상을 지킬 수 있지만
반면에 설렘이나 기쁨 또한 잘 느끼지 못해서 재미는 좀 없죠.
에너지가 적으니 최대한 가성비 있게 살아야 하고
시간도 마음도 체력도 아껴쓰려고 본능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듯 해요.
쓸쓸하지안 어쩔 수 없는 현재 50대 초반의 제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