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폭락장이 두렵다면?

노후 자금의 수문장, "현금 댐"을 설계하다

매달 월급날 주가 상관없이 절세계좌인 연금저축펀드, IRP, ISA 등 계좌에 국내상장미국지수추종 ETF 3총사를 아무 생각 없이 모아만 가고 있는 전형적인 보글헤드 투자자인 행복한개미입니다.

직장생활이 아직은 좀 남아 있어 임피를 거쳐 2030년 초반이면 퇴직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 돈 불리는 시간은 아직은 좀 남아 있습니다. 장이 좋았던 시절도 많았지만 과거 코로나, 2022년 미국긴축재정(러우전쟁), 엔캐리 폭락, 관세 전쟁, 최근 이란사태 등 폭락장도 경험해 보았고 돈복사가 되는 시기도 경험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시간의 힘 복리의 힘으로 자산이 마구마구 불어나는 경험을 해본지라 흐뭇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늘 불안함이 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폭락은 여러 번 겪어 보았고 또 근로소득이 있어 도리어 싸게 매수하는 기회라 아무렇지도 않지만 "만약 내가 은퇴하자마자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위기 같은 대폭락장이 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은퇴 직후에 자산이 깎인 상태에서 폭락한 주식을 팔아 생활비를 뽑아 쓰면 복리 효과가 거꾸로 작용해서 노후 자금이 빛의 속도로 녹아버립니다. 바로 '시퀀스 리스크(Sequence of Returns Risk)'입니다."

이에 대해 틈날 때마다 고민도 하고 이것저것 공부도 해보았는데, 현재 제가 내린 결론은 은퇴 2~3년 전부터 '현금 댐'을 미리 쌓기로 했습니다. 저수지에 물 가둬두듯 현금을 모아놓고, 비상시에만 수문을 열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 금융 용어에 이런 의미의 단어로 Cash BufferBucket Strategy라는 말이 있는데 딱 느낌은 없어서, "현금 댐"이라는 용어가 저는 더 마음에 들어서 제 마음대로 현금 댐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1. '현금 댐'이란 무엇인가?

현금 댐은 말 그대로 주식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마를 때를 대비해 미리 물을 가둬두는 보조 저수지입니다. 평소에는 주식 계좌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배당으로 생활하지만, 시장이 박살 났을 때는 주식을 헐값에 파는 대신 이 '댐'의 문을 열어 생활비를 충당하는 전략입니다.

2. 왜 5년치인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폭락 후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보통 3~5년입니다. 즉, 5년치 생활비를 따로 확보해둔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져도 5년 동안은 내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존버'할 수 있는 물리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죠.

3. 나의 현금 댐 규모: "위기 시에는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은퇴 후 풍요로운 생활도 좋지만, 댐을 가동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월 800~1,000만 원 수준의 생활을 계획하고 있지만, 폭락기에는 와이프와 마음을 모아 월 500만 원 수준으로 지출을 줄여 현금 댐의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목표 금액: 월 500만 원 × 60개월(5년) = 약 3억 원

4. 현금 댐,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현금 댐의 생명은 '변동성 제로'와 '주가와의 무관함'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 같이 떨어지는 자산은 댐의 자격이 없습니다. 필수 조건은 원금이 보존되거나 변동성이 극히 적어야 하며,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달러인가, 원화인가? "한국 투자자의 특권, 환쿠션"

제 자산의 대부분은 미국 달러 베이스 지수입니다. 글로벌 폭락장이 오면 미국 주가는 떨어지겠지만, 반대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치솟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가가 폭락했을 때 가치가 오른 달러 자산을 원화로 바꿔 생활비로 쓰면 훨씬 유리합니다. 환율 상승이 주가 하락의 고통을 상쇄해주는 '환쿠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현금 댐의 상당 부분은 달러여야 합니다.

구분

비중

세부 자산 예시

원화 댐

40%

CD금리형, 단기국채

달러 댐

60%

미국 단기국채(SGOV 등), 달러 예금

6. 댐 완공을 향한 로드맵

현재 제 퇴직금 제도는 DB입니다. 조만간 DC로 전환할 예정인데, 안전자산 30% 의무규정은 현금 댐을 만드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DC 전환 금액의 30%는 곧바로 현금 댐으로 쌓고, 부족한 금액은 은퇴 2~3년 전부터 매달 넣던 투자금을 현금 댐 비중으로 높여서 차곡차곡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댐이 완공되는 날은 당연히 은퇴 이전이어야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비로소 주가 창을 끄고 진정한 은퇴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제가 계획한 "현금 댐" 전략에도 제가 생각 못 한 많은 구멍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건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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