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사이가 굉장히 좋습니다.
남편은 포용력이 넓고 저는 애교가 많은편이죠.
주변에서 다들 이상적인 부부라고 부러워해요.
결혼생활 20년이 넘는 동안 모진 풍파를 겪으며
서로의 단점도 극복하며 실제로 '부부답게' 잘 지내왔어요. 그런데 최근 저에게도 속에서 올라오는 불만이 있었다는것을 알아 차리게 되었어요.
모든 생활을 서로에게 맞춰가느라 심연이 지쳤달까,
돌이켜보니 남편과 맞는게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그 맞춰가는 과정 또한 지겨워졌구요.
성적 욕구엔 서로가 무딘 편이라 큰 불만이 없었는데
애교 많은 제 쪽에서만 늘상 일상적인 스킨십이 있었다는것도 최근에 깨달았고, 집에 문제점이나 불편한일이 생겨도 속상해할 남편의 정서까지 미리 예측해서 대신 고통을
자처해 버리는 오버된 행동들이 제게 있었어요.
짐작컨대 남편도 그랬을겁니다.
모든걸 제게 맞추려 애썼고, 배려했고 그렇게 가정생활을 해나갔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훌륭하게 부부의 사이를 유지하는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싶어 한마디로 의욕이 와르르 떨어졌어요.
잠 자는 시간, 방의 온도, 입맛, TV 보는 취향까지
완벽하게 다른데 여태 그걸 한공간에서 맞추고 살았다니
이제서야 왜 그랬을까 싶은 생각에 현타가 쎄게 오네요?
혹시 이런게 권태기 일까요?
이제 내 집에서 만큼은 진짜로 편하고 홀가분해지고 싶어요. 밥도 먹고 싶을 때 따로먹고 잠도 독립적으로 편하게 자고, TV나 영화도 취향에 맞는걸로 찾아보고, 남편 대접 하느라 때 맞춰 수시로 김치 담그는 수고도 안하고 싶어요.
특히나 이런 변화에 대한 대화는 절대로 안할거예요!!
남편은 이런 제 행동이 의아 하겠지만 저는 이제 싫어요.
오늘부로 더이상 저희집에 2인용 침구는 없을 것이며,
끼니도 각자 먹을 식판을 준비해서 스스로 먹게끔 할것이며, 맘에 없는짓은 더더욱 안하면서 살고 싶어요.
뭐랄까..
살아온 보람이 없는것 같고 허탈하달까..
우울하진 않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예요.
근데 제 마음이 왜 이렇게 하루 아침에 돌변한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질 않아요.
이제 고민도, 기쁨도 제 그릇만큼 1인분만 감당하고 싶어요.. 이런것도 갱년기 변화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