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살다 살다 당근에서 이런 영화 같은 일을 다 겪어보네요 ㅋㅋㅋ
집 찬장 구석에 모셔두고 안 쓰는 빌레로이앤보흐 그릇 세트가 있어서 푼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당근에 올렸거든요. 매너온도 70도 넘는 분이 단칼에 구매하겠다고 하길래, 편한 차림으로 슬리퍼 신고 집 앞 놀이터벤치로 나갔죠.
저 멀리서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쓴 분이 걸어오는데, 이상하게 걸음걸이랑 눈매가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더라고요? 가까이 오셔서 "당근이세요?" 하시는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름이 쫙 돋았어요.
마스크 슬쩍 내리는데.. 세상에, 20년 전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사 가면서 연락 끊겼던 제 제일 친한 동창 녀석인 거 있죠 😱 서로 얼굴 확인하자마자 놀라서 놀이터 한복판에서 "야 너 은수 아니야??" 하고 소리를 소리를 지르고 쌩난리를 쳤네요 ㅋㅋㅋ 옆에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이 다 쳐다보더라고요.
알고 보니 작년에 이 근처 아파트로 이사 왔다는데, 당근 닉네임만 보고는 서로 전혀 몰랐던 거죠. 그릇 세트 전달은 뒷전이고 그 길로 바로 옆 카페 들어가서 커피 시켜놓고 3시간 동안 폭풍 수다를 떨었네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 이야기부터 서로 시집가고 애 키운 이야기까지 하는데 진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ㅋㅋㅋ 푼돈 좀 벌어보려다가 20년 만에 절친을 다시 찾아서 돌아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