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이야기인데 172분이 이렇게 훌쩍 간 거 보면 확실히 잘 만든 영화네요.

갠적으론 오펜하이머가 약간 더 재밌긴 했는데, 오디세이는 워낙 다 아는 얘기인데도 이만큼 재밌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다음 순서에 어떤 괴물이 나올지, 어떤 모험이 나올지 다 아는데도 기대하며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맷 데이먼은 연기 왜케 잘하는지... 목소리도 다른 인물로 연기하는 걸까요? 진짜 오딧세우스가 있다면 이렇게 낮고 깊고 현명하고 강인한 목소리일 것 같아요.

일부 학자들이 트로이 도시 국가 문명을 확인하고 트로이 전쟁도 아마 있었을 거라 추정한대요. 트로이 목마는 구전되는 과정에서 창작된 전쟁 에피소드 같다 하고요. 호메로스 시인은 당시 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맹인 음유시인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하지 않대요. 옛날엔 워낙 맹인을 현자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수도 있다고 하네요.

원작을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어요. 3천년 가까이 두고두고 구전되며 오늘날까지 읽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마지막에 오딧세우스가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가, 전쟁을 저지른 인간으로서 환멸을 느끼는 듯한 인간적 고뇌를 드러내는 건, 놀란 감독 자신의 해석인지, 원작에 나온 오딧세우스의 번뇌인지 궁금해져요.

아들 역인 톰홀랜드는 알고 보니 <빌리 엘리어트>에서 떠오른 샛별이었네요. 얼마전 우리나라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도 너무 재밌게 봤는데...

<굿닥터>에도 등장했던 한국계 미국인 윌윤리도 잠깐 나왔지만 반가웠고요. 헬레네 설정을 원작과 다르게 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둘러싼 전쟁이었다는 건 그저 호사가들이 전쟁 명분을 아름답게 윤색해준 것일 뿐, 전쟁을 둘러싼 이유는 추악할 수밖에 없다는 놀란 감독의 메세지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