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아침이 늘 전쟁 같았어요. 출근 시간 맞추느라 허둥지둥 씻고, 대충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을 나서는 게 일상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은 어느 길로 걸어볼까”예요. 은퇴하고 나서 생활이 느려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비로소 제 속도를 찾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아침 산책의 맛을 이제야 알겠다는 겁니다.

동네 공원 한 바퀴 도는 건데도 계절이 보이더라고요. 나무 색이 달라지고, 바람 냄새가 바뀌고, 늘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 얼굴도 익숙해지고요. 가끔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만 해도 시간이 잘 갑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시간을 너무 한가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이런 여유가 참 귀하다는 걸 느껴요. 무언가를 꼭 생산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줄어드니까, 평범한 하루가 오히려 더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물론 은퇴 후의 삶이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죠. 경제적인 걱정도 있고, 건강 관리도 신경 써야 하고, 가끔은 내가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저는 일부러 바깥으로 나가요. 몸을 움직이면 생각이 조금 가벼워지더라고요. 오늘도 산책하면서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해 마셨는데, 별거 아닌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나이 들수록 큰 즐거움보다 이렇게 작고 반복되는 일상이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