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에서 어떤 할아버지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졌어요. 할머니랑 같이 왔는데, 할머니가 옆에 작은 아이가 이쁜지, 그냥 작은 목소리로, "아유 참 이쁘게 생겼다" 말씀하시는데 손을 거칠게 잡아 끌며 "조용히 좀 해!" 그러는 거예요. 아파트 단지 안에서 걸어갈 때부터 어쩌다 보니 같이 오게 된 노부부인데 오는 내내 할머니를 너무 타박하더라고요.​할머니가 얼마나 머쓱할까, 저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폭싹의 학씨처럼 저랬을까, 그래도 학씨는 늙어선 뉘우치던데..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깨를 축 늘어트린 할머니가 갑자기 혼자 중얼중얼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알고보니 치매를 앓고 계신 것 같았어요.​할아버지가 할머니는 치매니까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 할머니를 도와 투표를 하겠다는 거예요. 선거 사무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대기하시라고 하는 것까지 보고 저희는 투표 마치고 투표장을 떠나서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원칙적으로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적어도 본인이 어떤 후보를 찍을지 의사가 명확하고, 기표소에 들어가 스스로 도장을 찍을 정신은 있어야 하겠죠. 거동이 불편한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가족이나 지인이 막 임의로 하면 안 되고 사전에 선관위에 신청해서 공식 차량, 공식 보조 인력이 해야 하는 걸로 알아요. ​몇 년 전에도 요양원에서 노인들 막 개인차량에 단체로 태워 투표장으로 모시고 갔다가 문제 된 적이 있잖아요. 사전에 선관위에 공식 협조 요청을 해야 한다 하더라고요.​아무튼....어떻게 됐는지는 몰라도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향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어 보였어요. 배우자가 치매라고 다 그렇게 대할까요?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치매를 앓은 엄마가 그렇게 귀찮게 잔소리하고 따라다니고 간섭해도 한번도 세게 성내신 적이 없어요. 그 할아버지는 치매가 문제가 아니고 늘 부인을 그 따위로 대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치매도 감정과 굉장히 관련이 깊어요. 우울감 때문에 치매가 오기도 하고, 치매가 와서 우울감이 심해지기도 하고. 치매 환자일수록 더 감정적 배려가 필요한데, 건장하고 키큰 할아버지와 달리 왜소한 할머니의 처진 어깨가 안쓰러워 보였어요.​우리나라는 투표할 수 있는 연령이 만19세로, OECD 국가 중 거의 제일 높은 편이에요. 독일은 16세면 선거권, 피선거권 다 있더라고요. 애들이 뭘 모르니 투표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심각한 인지장애나 치매 직전인 노인에게도 투표권을 주는데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시던데 굳이 할머니를 끌고 와 투표를 하라고 재촉하는 할아버지... 굳이 왜 그러는지 참. ​날은 더웠지만 큰애랑 투표 마치고 집에 잘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