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개별 주식은 절대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지수 투자만 고집하는 뼛속까지 '보글헤드'인 투자자입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남을 스페이스X 상장이라는 대형 이벤트 앞에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이건 역사적 순간에 발가락이라도 하나 담가야겠다'는 생각에 정말 소심하게 예약 주문을 걸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공모가 135달러를 보고 소심하게 136달러에 걸었다가, "그래도 스페이스X인데 명성이 있지!" 하고 큰맘 먹고 150달러로 정정 주문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시초가가 딱 150달러로 시작하면서 거짓말처럼 체결 성공! 이때 속으로 '나 천재 아닌가?' 싶었습니다. 카톡알림음에 자다 깨서 체결된 걸 확인하고는 흐뭇하게 다시 잠을 청했죠.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우연히 잠에서 깨어 슬쩍 스마트폰을 켰는데, 주가가 무려 170달러를 넘어가고 있더군요.
순간 가슴이 웅장해졌지만, 이내 "개별 주식은 멀리하라"는 보글헤드의 위대한 정신이 번쩍 떠올랐습니다. '그래, 딱 여기까지가 내 그릇이다' 하고 미련 없이 매도 버튼을 눌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매매 일지와 차트를 확인해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15분봉 차트입니다.
새벽 2시 정각에 최고가 176.52달러를 순간적으로 찍고 내려올 때, 정확히 170.565달러에 귀신같이 어깨에서 팔았더라고요!
발바닥에서 사서 어깨에 판것 입니다.
평소 마켓 타이밍 맞추려고 하면 븅신처럼 맨날 엇박자만 타던 지독한 똥손인데, 저에게 이런 숨은 능력이 있었나 싶어 순간 '나 진짜 투자 천재인가?' 착각에 빠졌습니다.
물론 착각은 자유고, 제 평소 똥손 실력을 잘 알기에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딱 1주 들어간 거라 치킨 한 마리 값(원화 손익 약 +31,158원, 수익률 +13.60%) 번 소소한 에피소드이지만, 역사적인 주식의 머리와 어깨를 구경해 본 것만으로도 짜릿한 밤이었습니다.
개별주의 변동성을 맛보니 역시 저 같은 똥손은 마음 편한 지수 투자가 딱 체질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