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 친구를 만났습니다.
주식을 오래 같이 해온 친구입니다. 기계 쪽 중견기업에 다니는데, 그 분야에서는 꽤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일도 야무지고, 투자도 진중하게 하는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어제 갑자기 번개를 하자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술을 한잔 따라주는데, 친구가 잔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입을 뗐습니다.
"나 요즘, FOMO가 뭔지 제대로 알겠다."
"지수는 날마다 신고가라는데, 내 계좌는 날마다 신저가야."
친구의 주종목은 바이오입니다. 속된 말로, 박살이 났습니다.
특히 한 종목 이야기를 하는데 듣는 제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신약 개발에 오래 투자해온 회사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신약 승인이 드디어 났답니다. 그런데 승인이 난 바로 그날부터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 한 종목에서만 억대 손실이 났습니다.
"몇 년을 기다렸어. 승인만 나면 된다고. 그런데 승인 난 날이 고점이더라."
대충 따져봐도 요 몇 달 사이 손실이 3억, 4억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친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그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손실은 그렇다 치자. 더 미치겠는 게 뭔 줄 아냐. 여기저기서 누구는 몇 억 벌었네, 누구는 몇 십 억 벌었네 하는 소리야. 그게 사람을 아주 갉아먹어."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내가 주식 오래 한 거 아는 사람들이, 속도 모르고 한턱내라 그래. 좋을 때 아니냐고. 나는 속이 시커멓게 타는데. 죽겠다 진짜."
저는 가만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우리가 알던 FOMO가 아니구나.
예전에 FOMO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지요.
평소 주식 안 하던 사람들이 욕심에 못 이겨 뒤늦게 뛰어드는 것. 남이 버는 걸 못 견뎌 상투를 잡는 것. 그게 우리가 알던 FOMO였습니다. 욕심 많은 사람, 늦게 들어온 사람의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한 종목에 몰빵하지도 않았습니다. 좋은 회사를 골라 오래 들고 기다렸습니다. 교과서대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가장 아픈 사람이 바로 이 친구입니다.
이게 새로운 FOMO입니다.
제대로 한 사람이 도리어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 지수는 매일 사상 최고라고 떠드는데, 내 계좌만 빨갛다 못해 시커먼 그 느낌. 욕심부린 적도 없는데 벌받는 것 같은 그 억울함. 이게 요즘 우리 회원분들 중 많은 분들이 조용히 겪고 계신 새로운 FOMO입니다.
먼저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지금 여러분 계좌가 마이너스인 건, 여러분이 뭘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요즘 "코스피 9,000"이라는 말,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 9,000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딱 두 종목입니다. 이 두 종목만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습니다. 올해 코스피가 오른 것의 4분의 3가량이 이 둘에서 나왔습니다. 나머지 시장은 거의 제자리거나, 오히려 빠졌습니다.
그러니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마이너스"라는 건, 모순이 아닙니다. 당연한 겁니다.
지수가 더 이상 시장 전체를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지수는 이제 반도체 두 종목의 성적표일 뿐입니다. 그 성적표를 들고 내 계좌를 채점하니, 자꾸 내가 낙제생 같은 거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렇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시장에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수가 8,000을 넘어선 뒤로는 제 전체 수익이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반도체는 선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 들고 있던 가치주들, 실적 좋은 종목들이 깊은 마이너스라, 그게 반도체가 번 걸 다 까먹는 겁니다. 지수는 신고가라는데, 제 계좌는 뒷걸음질입니다.
그러니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제대로 하신 분들이 지금 다 같이 힘듭니다.
이제 제가 어제 친구에게 했던 이야기를, 우나어님들께도 그대로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진짜 독은 손실이 아니라 비교입니다.
제 친구를 갉아먹은 건 3억, 4억이라는 손실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는 몇 십 억 벌었네" 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 자랑은 제대로된 비교가 아닙니다. 아무도 자기 반토막 난 종목 이야기는 안 합니다. 어쩌다 하이닉스 하나 잘 잡은 사람만 떠듭니다. 우리 귀에 들어오는 건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뿐입니다. 손실난 사람들은 조용합니다. 제 친구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남들은 다 버는데 나만 잃는다"는 느낌은, 사실 착시입니다. 조용한 다수가 지금 다 같이 아픕니다.
둘째, 분산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잣대가 망가진 겁니다.
여러 종목에 나눠 담으셨던 분, "나는 분산했으니 괜찮다"고 믿으셨던 분.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은 시장이 워낙 한쪽으로 쏠려서, 분산한 사람이 당장은 손해를 보는 이상한 국면일 뿐입니다.
이건 영원하지 않습니다. 쏠림은 반드시 풀립니다. 30년 넘게 보면서, 한쪽으로 끝까지 쏠린 채 그대로 끝난 장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늘 "이번만은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달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셋째, 가격이 빠진 건지, 이유가 깨진 건지를 구분하십시오.
이건 제가 늘 강조하는 겁니다. 주가가 빠지는 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회사는 멀쩡한데 가격만 빠진 것. 그리고 회사의 근거 자체가 무너진 것.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 친구의 그 바이오 종목, 신약 승인이 났다지 않습니까. 회사의 근거가 무너진 게 아니라, 오히려 한 걸음 나아간 셈입니다. 그런데 가격은 반대로 갔습니다. 좋은 소식이 나오는 그 순간이, 먼저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때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이건 '가격만의 하락'일 수 있습니다. 그런 종목이라면, 지수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해서 멀쩡한 회사를 바닥에서 던지는 건 지금 하지 말아야 할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