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돈돈 거리는 게 괜히 싫은 게 아니었어요.

돈 중요하죠. 그거 누가 모르나요. 돈을 열심히 벌려고 노력하고 돈을 좇는 것도 각자 가치관에 따른 개인의 자유고요.

그런데 돈이 사람보다 앞서는 게 싫었던 건가 봐요.

돈이 시간보다 앞서고, 돈이 기억보다 앞서는 게 싫었던 건가 봐요.

치매 걸린 부모님이 갑자기 엉뚱한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부모님 모시고 아주 오래전에, 강원도 산 속에서 고기 구워먹고 놀았던 적이 있어요.

10분 전 일도 기억 못하고 "우리 지금 어디 가니?" 똑같은 질문을 수십 번 하는 엄마.

그런데 문득 말씀하시네요.

"그때 너랑 애들이랑 00 가서 고기 구워먹었잖아. 고기도 참 맛있었고 너희 큰애가 곰 세마리 동요를 너무 귀엽게 불렀었지."라고 좋았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거예요. 묘사도 상세하고, 그날 주고받았던 대화까지, 내가 잊었던 걸 하나하나 얘기하시는 거예요.

행복한 꿈을 꾸는 사람처럼 말하더군요.

남편이 승진했던 건 벌써 몇 년 전인데, 치매 걸린 아빠가 갑자기 전화하셔서, "0서방 승진했다며? 아이고, 너무 잘됐다. 그렇게 고생하더니 축하한다!" 라면서 들뜬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거예요.

치매 걸린 노인들하고는 대화를 의미 있게 주고받기가 힘들어요.

나는 모르는 그날의 시간, 그날의 공간 속에 사시거든요. 종종 엄마아빠가 행복했던 시간을 되풀이하며 그 순간에 살고 계시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시간 속에서는 본인들도 더 젊었고, 자녀들은 이제 막 살림 사느라 바쁘고, 손주들은 꼬맹이죠.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되감기를 하며 행복해하는 순간은...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엄청나게 비싼 물건을 샀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같이 기뻐할 수 있었던 찰나였네요.

돈돈 거리다가 정작 그런 순간을 잃지 않도록 오늘을 잘살아봐야겠어요. 생활의 파도에 떠밀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