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행히 그때보다는 낫지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에요

돈이 없어 교복을 맞추지 못해서 고등학교 입학식 날 겨우 갔어요

학교 규율이 엄격해서 동그란 코의 굽 2~3센치 검정구두

이 구두 살 돈도 없어서 아빠가 신던 맞지 않는 남자 구두를 신고 갔어요

고2때까지 그 신발을 신고 다녔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담임 선생님도 좀 무심하셨어요

어느 날, 반 전체 햄버거세트를 주문해서 먹자고 하셨어요

5000원씩 내야 하는데 정말 돈이 없었거든요

교재료도 겨우 내던 형편이라 끝끝내 그 돈을 못냈어요

그 날이 와서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은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저는 교재를 펼치고 공부하는 척을 해야 했어요

그때 선생님께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한 반에 꼭 그러는 애들이 있다

같이 어울려 지내는 학교생활에 겉돌며 고집피우는 아이들이 있다

다들 웃고 떠들며 먹고 있는데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요

창피하고 수치스럽고 그 한 시간이 너무도 지옥 같았거든요

좀 전에 편의점에서 혼자만 안 먹고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왔더니 마음이 아프네요

오지랖 좀 부리고 올 걸 그랬어요 내내 마음에 걸려요

잊혀진 듯 살다가 가끔씩 이렇게 지난 날들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파요

여름이 왔으니 이제 장마도 오겠죠

전 23살까지 반지하에 살았거든요 비오는 날은 비상상태에요

집 안에 화장실이 있던 적도 없어서 우산을 쓰고 화장실 갈 일이며

비가 오면 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에 비가 차서 집안이 물바다 되구요

엄마는 춤바람이 나서 연락도 안되고 집에 들어 오지도 않고

전기도 끊기고 LPG가스도 떨어져서 아주 컴컴한 집에서 울고 있는데

밀린 방세 받으러 온 주인 아주머니가 그 꼴을 보시곤 혀를 차며

쟁반에 끓이 라면 냄비와 촛불을 가져다 주셨던 그 밤의 지옥도 생각나네요

그 덕분에 굉장히 절약하고 아끼며 살아요

이렇게 과거가 떠오르는게 정말 싫어요

내일 병원가는 날이라 조금 긴장 되나봐요

상담하면서 꺼낼 말들 정리하다가 주절주절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