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오랜 시간 많이 편찮으셨습니다. 식사 한 끼 하시는 것조차 힘겨워, 겨우 몸을 일으켜 식탁으로 나오시는 것이 전부였던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곁을 작은언니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켰습니다. 요양원에 모시는 대신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려놓고, 누구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오롯이 어머니를 위해 견뎌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정집을 수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버지의 큰 고함뿐이었습니다.

그때는 영문도 모른 채 황당하고 억울했습니다. 나중에 언니를 통해 그 이유를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친정집에 욕심이 있는 줄 오해하셨던 겁니다. 재산 때문도, 무엇을 얻기 위한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어머니를 위한 마음이었는데 그런 마음이 왜곡되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제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10년 동안 어머니 곁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바친 언니의 헌신은 너무도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아버지의 아들 선호 사상은 딸의 희생을 폄하하고, 오직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는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재산이 모두 두 아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언니가 느꼈을 배신감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오롯이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력이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사실에 언니는 깊은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언니가 진정으로 바란 것은 많은 재산이나 특별한 대우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저 자신이 바친 10년의 시간이 가족들에게 기억되고, 그 노고를 진심으로 인정받는 일이었겠지요.

​저는 그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큰오빠와 올케를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논 한 필지를 언니의 몫으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언니에게 정말 돌려주고 싶었던 것은 그 땅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사람의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때, 그 희생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사라져 버립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나온 시간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