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제철 복숭아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회의 하는 중에
우리 집에 복숭아 마니아가 살고 있기에
너무 물렁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복숭아를 사려고 내가 얼마나 고심을 한다는
얘기를 줄줄이 했다.
품종도 여러 가지라
그중에서 집에 계시는 복숭아 감별사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많이 연구하고
발품을 많이 팔았다고 쭉 얘기했다.
흥미진진하게 듣던 후배들이
근데 선배님, 집에 있는 복숭아 감별사가
남편 분이세요? 아드님이세요? 물어본다.
내가 잠깐 -.- 하는 표정을 하다가
당연히... 아들이지! 남편은 알아서 먹겠지.
라고 말하니
후배들이 왜요오... 남편 분을 사랑하지 않으세요? 라고 한다.
음... 사랑... 결혼 12년 차의 사랑.
남편의 사랑은 나에겐 공기와 같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없으면 못 사는 공기...
그 공기가 어떤 환경에선 꽤 부족해
숨이 턱턱 막히게 하다가
어쩔 땐 산들바람처럼 산에서 흐음~ 들이마시면
피톤치드와 함께 쾌적하고 상쾌하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
공기의 양과, 냄새, 신선도도 달라지긴 한다.
그래도 너무나 익숙해서 그 소중함을
종종 간과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친한 선배를 만났는데
결혼 20년 차에 남편과 별거를 선언했더니
남편이 울며불며 매달렸다고 한다.
그 선배는 말했다.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
결혼 20년차에 새삼 사랑이라니...
그 선배가 너무 감성적인 거 아닌가 하면서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결혼 20년차면 사랑 없어도 살 수 있는 것 아니야?
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짜게 식은 표정으로
그럼 너도 사랑 없이 살아볼래? 부부가 사랑 없이 어떻게 사냐?
라고 말해서 날 놀라게 했다.
엥? 그럼 우리는 엄청 사랑해서 사는 거야?
라고 묻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했다.
연애 때처럼 설레는 분홍빛 사랑은 아니긴 하다.
우리는 둘만 데이트를 나간 적도 같이 영화를 보러간 적도
몇 년 전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래도 남편이 널어놓은 빨래를 보면서,
나에게 목숨 보다 소중한 아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그를 보면서,
아 나를 사랑하는구나 싶긴 하다.
덕분에 아직 숨쉬고 산다.


아......오늘 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