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셨는데, 평소에 자개농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깊으셔서 유언처럼 이것만은 꼭 아들이 가져가라 하셨어요 (두 누님들은 줘도 안가져간다고, 아싸라디아 좋아하셨구요). 그때 심란했던 심정을 이 게시판에 올렸었습니다, 후우.

지금 방방마다 수납이 꽉 찬 우리 집 어디에 어떻게 그 12자 짜리 자개농을 들일지 하며, 저 개인적으로는 자개가구나 소품을 매우 좋아하지만 저희 집 분위기는 아래 사진과 같은데 도통 어울릴것 같지가 않아서 꺼렸었어요.

팔려고 내놨으나 문짝 일부만 떼어가겠다는 사람들만 많았어요. 이에 남편은 이 소중한 걸 온전하게 가져가지 않을 바에는 아예 부숴서 버리자고 하면서도 어찌나 슬퍼하는지.... 에휴.... 그래, 착한 내 남편이 저렇게 아쉬워하는데 돈이 얼마 들든 리폼해서 갖자고 결국 말했어요.

남편은 너무 기뻐하고, 저는 알아보는 것 조차도 관여하기 싫어서 그냥 남편에게 맡겼습니다. 정말 들이기 싫었고 지금도 싫어요. 하지만 남편에게 그리도 중요한 어머님의 유품이라, 집에 맞든 안맞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단, 집안에 안들이고 현관과 중문 사이에 두는 조건으로요.

남편에게 다 맡겼더니, 원래 자개장의 문짝 여섯 개로 4면을 만드는 수납장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니 얼마나 크겠어요...한 면이라도 버리는게 아까웠나봐요. 그리고 박물관도 아니고 4면을 다 둘러보지도 못하는데 굳이. 500만원 들었습니다.

거기에다 자개농 리폼하시는 분이 자개가 너무 좋은거라며 이것 저것 막 권해서 작은 수납장 두 개 (각 20만원)와 뚜껑있는 함(10만원)도 만들었습니다. 원래가 호구인 남편이 제가 안따라가다 보니 한도 끝도 없이 소품과 소가구를 만들면 안될지 전화로 허락을 구하길래 딱 거기까지만 하라고 했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전혀 보여주지 않아서 어제 두근두근거리며 기다렸습니다.

음미하려는게 아니고 맨정신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전히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와인 마셔가며 설치하는 걸 봤습니다.

아, 예상대로 현관 들어오자마자 공간이 꽉 찬듯한 답답함...

농 문짝을 자르더라도 작게 만들었더라면.... 좀 예술성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었더라면 싶었는데 문짝 6개를 온전히 살리느라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커다란 직사각형으로 만든 것도 마음에 안들고,

작은 수납장은 각각 다른 부분에서 잘라내느라 크기도 달라요. 어머님이 자개농만 있으셨던게 아니라 화장대, 문갑 등 풀세트를 갖고 계셨기에 부분 부분 자르다 보니 저리 됐어요.

제 눈치만 보는 남편이 안타깝기도 하고, 저리도 어머님의 유품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남편 심정에 짠함과 공감도 느껴졌지만, 저걸 보고는 속으로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걸 꾹 참고 와인 한 병 거의 다 마시고 한마디도 안하고 화도 안내고 일찍 자버렸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어떻게든 이 상황을 최적화시켜야겠다 싶어서, 남편 출근 전에 큰 자개장을 거실 한쪽 벽으로 옮기자 했어요.

자개 가구 자체는 아름다워요. 4면이 다 자개라 박물관 한 가운데 두면 될만큼.

오른쪽 면, 왼쪽 면.

뒷면은 보이지도 않지만 ㅠ 원래 자개농 문짝 두개로 만들어졌어요. 위의 장식품은 그 자리에 원래 있던 거예요. 원래 있던건 이제 버려야 할 처지.

남은 이 두 개는 어디다 둘 지 저녁에 얘기해보자 했어요.

남편 마음 편해지라고 아침에 일부러 더 정성스럽게 아침밥 차려주고 과일도 깎아주고, 자개장식장이 아름답다고 말해줬어요.

근데 여전히 제 속마음은 이런 인테리어 가구를 원하지 않아요. 집을 리모델링하게 되면 이 자개가구들에 맞춰서 해야 할 거라는 생각하면 또 욱해요. 집안 그 어떤 가구와도 매칭이 안되고 뜬금없이 느껴져요.

호구 남편이 어떻게 550만원 흥정도 전혀 안하고 바로 계약하고 왔는지, 이 가격이 맞는건지, 왜 저 크기도 다른 작은 수납장까지 하라고 한다고 했는지 (팔각함은 제게 말도 안했어요)... 화장대 거울도 너무 예뻐서 아깝다고 자꾸 리폼하라고 권유 한다길래, 화를 냈어요. 그거 어디 둘거냐고.

여러분, 제 마음을 바꿔주세요 ㅠ...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어떻게 제 마음이 편해질지, 어떻게 하면 이 자개 가구들 볼때마다 욱하지 않고 볼 수 있을지요. 후우...

지금도 온갖 물건과 가구들이 많아서 버리고 싶고, 제발 미니멀하게 살고 싶은데 이런 큰 덩어리가 오니 참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