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덥고 힘듭니다. 그러니 오늘 재미있는 문제를 풀어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맞춰보는 문제입니다.

먼저 연습문제입니다.

만약 태풍 '노루'가 다가온다면?

건설 등 태풍 피해 복구 수혜주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노루페인트입니다. 참고로 태풍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식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지요. ㅎㅎ 태풍 이름이 '노루'니까 노루페인트가 오른다는 겁니다. 자, 감을 잡으셨으면 본 문제 들어가겠습니다.

문제 1. 챗GPT의 샘 올트만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인공지능 AI 관련주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샘표, 샘표식품, 샘씨엔에스입니다. '샘'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다 정답입니다.

문제 2. 인공지능 센서 수요 기대로 '센코'가 급등한다면?

다른 인공지능 센서 관련주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코센입니다. 센코의 글자 순서만 바꾼 아무런 상관없는 새만금 관련 건설 회사입니다(지금은 이렘으로 사명 변경)

문제 3.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작가가 사망했다면?

한국 웹툰 관련주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손오공입니다. 손오공은 드레곤볼과 상관없는 완구회사로 손오공은 드레곤볼 만화의 주인공 이름입니다.

문제 4. 해외 직구가 증가하고 있다면?

해외 택배 관련 회사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KCC입니다. 직구 물품은 KC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랍니다. 참고로 KCC는 건축자재 회사로, KC인증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문제 5. 소녀시대가 데뷔한다면?

SM엔터테인먼트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써니전자입니다. 멤버 이름이 써니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6. 손흥민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면?

스포츠 관련 기업이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우리손에프앤지입니다. '우리 손'이니까요. 참고로 우리손에프엔지는 손흥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육돈 중심 육가공 회사입니다.

문제 7. 아폴로 눈병이 유행한다면?

안과 관련 제약주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아폴로산업입니다. 참고로 현대차 부품 벤더로, 눈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문제 8. 나훈아가 '테스형'을 발표한다면?

엔터주라고 답하셨다면 오답입니다. 정답은 테스입니다. 반도체 소부장 회사로, 엔터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몇 문제나 맞히셨습니까?

만약 다 맞히셨다면, 축하드려야 할지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생리를 완벽하게 체득하셨다는 뜻이니까요.

이 문제들, 제가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부 실제로 우리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입니다.

태풍 이름 때문에 페인트 회사가 오르고, 나훈아가 노래한 가요 때문에 반도체 장비 회사가 오르던 시장.

회사의 실적도, 사업 내용도, 미래 전망도 아니고, 오직 '이름 두 글자'가 주가를 움직이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장만 이랬던 게 아닙니다. 상장기업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멀쩡한 사업부를 떼어내 중복상장을 하고, 이사회는 대주주 거수기 노릇을 합니다.

주주환원은 인색하기 짝이 없고, 편법 증자로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넓히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시장의 편법과 반칙을 걷어내겠다고 나섰지요.

저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이 이 방향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장도 화답했습니다.

수십 년간 2천 언저리를 맴돌던 코스피가 3천을 넘고 4천을 넘어섰습니다.

"규칙이 공정해지면 돈은 알아서 들어온다"는 평범한 진리가 눈앞에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반도체 시황이 좋아지고 지수가 5천을 넘어 9천을 넘보면서, 이상한 정책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입니다.

지난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따라가는 상품이 상장됐습니다.

가뜩이나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 가뜩이나 사이클 따라 출렁이는 반도체를,

두 배 레버리지로 만들어 개인들에게 풀어놓은 겁니다.

또 우리 민족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이미 미국시장에서도 레버리지의 화신으로 불리던 사람들입니다.

그 거대한 미국시장에서도 2-3배 레버리지를 주도하는 투자자들입니다.

그런 사람들 앞에 먹잇감을 던져 준겁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목격한 대로입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며칠이 멀다 하고 발동됐고, 레버리지 상품 대부분이 출시 두 달여 만에 60% 넘게 급락했습니다.

뒤늦게 정부는 배수 조정이니 투자한도 제한이니 보완책을 꺼내들고 있습니다.

소는 이미 잃었는데 외양간 설계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엊그제, ISA 개편안이 나왔습니다.

저는 발표 내용을 읽고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생산적금융 ISA'를 새로 만들면서,

정작 973만 명이 가입한 기존 ISA의 핵심 혜택을 깎아버렸습니다.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을 폐지하고,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합니다.

심지어 이걸 기존 가입자에게까지 소급 적용한다고 합니다.

ISA가 어떤 계좌입니까?

평범한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20년, 30년을 내다보고 조금씩 돈을 모아가던,

사실상 유일한 장기투자 절세 통장이었습니다.

그 통장의 시간을 5년으로 잘라놓고 "국장에 장기투자하라"고 말하는 겁니다.

일본이 NISA의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늘리며 국민의 자산 형성을 밀어주는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ISA 개편.

얼핏 보면 다른 정책 같지만, 저는 밑바닥에 깔린 생각이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