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분기 잠정 영업이익 89조 4천억원. 작년 같은 분기의 19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이 한 분기 이익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역대급입니다.
그런데 주가는 어땠습니까? 장중 한때 10% 가까이 빠지더니 결국 6.9% 하락한 29만 6천원에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도 4.9% 급락하면서 '검은 화요일'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오늘도 시작하는 주가가 지지부진합니다.
사상 최고 실적에 폭락이라니, 처음 겪는 분들은 어리둥절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게 전형적인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가 나타난 경우입니다.
시장 컨센서스가 이미 87조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89조라는 숫자는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확인 사살에 가깝습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150% 가까이 올랐다는 건, 이 실적이 이미 주가에 거의 대부분 반영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더 나올 호재가 없는 겁니다.
호재가 소진된 자리에는 노이즈가 들어옵니다. 반도체 부문 이익의 10.5%를 성과급으로 떼는 충당금 이야기, 대규모 신규투자는 고점신호라는 이야기.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뉴스들이 매도의 빌미가 됩니다. 특히, 어제는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도 한몫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받아줄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겁니다. 어제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 9천억원을 팔았고, 그걸 개인이 3조 1천억원어치 받아냈습니다. 개미들이 온몸으로 방어한 셈이지요. 하지만 개미들도 이제 슬슬 공포에 질릴 때가 됐습니다. 특히 최근에 입성한 분들은 계좌가 파랗게 물드는 걸 처음 보실 테니, 더 두려우실 겁니다.
주식을 오래 하면서 늘 느끼는 건, 이 시장이 결국 공포와 욕심 사이의 시소게임이라는 겁니다.
얼마 전까지 많은 분들이 경험했던 FOMO, 나만 못 벌고 있다는 그 조바심이 욕심이라면, 오늘 느끼는 건 공포입니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을 것 같은 그 느낌 말입니다.
하지만 주식에서 돈을 벌려면 이 공포와 욕심을 거꾸로 거스를 줄 알아야 합니다. FOMO가 올 때는 도리어 욕심을 누르고, 공포가 올 때 슬슬 진입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말만 쉽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압니다.
예를 들어, 지금이 그 공포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니 지금이 공포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진짜 공포가 시작되면 매수 버튼을 누르는 손이 안 나갑니다. 2020년 코로나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 코스피가 1,400선까지 무너지던 그때, 지금 사면 평생 후회 없겠다 싶으면서도 도저히 매수 버튼에 손이 안 나가더군요. 도리어 지금이라도 끊어야 하나 싶어 도리어 매도 버튼을 눌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수십번듭니다. 그게 진짜 공포입니다. 그때 크진 않았지만 약간이나마도 공포를 이겨내고 매수버튼을 눌렀던 종목이 코로나 시국에 큰 수익을 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아직 "살까 말까" 저울질하고 있다면, 시장은 아직 진짜 공포에 도달하지 않은 겁니다.
이 공포와 욕심을 이기는 대표적인 방법이 기계식 분할매매입니다. 내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과 수량 기준에 맞춰,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처럼 나눠 사고 나눠 파는 겁니다. 어제의 냉정했던 내가 오늘의 겁먹은 나 대신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물론 이게 가능하려면 일정 액수의 현금 보유가 필수입니다. 현금이 없으면 공포장은 그저 견뎌야 하는 시간이지만, 현금이 있으면 기회의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제 생각에 우리 반도체 시장은 7월 말까지는 재미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확인해야 할 것이 두 가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 같은 회사들, 그러니까 우리 반도체를 사주는 큰손들이 7월 말부터 8월 초에 걸쳐 실적을 발표합니다. 알파벳만 해도 올해 AI 데이터센터에 우리 돈으로 250조원이 넘는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인데, 이 투자가 계속 간다는 이야기가 실적 발표에서 확인되어야 반도체가 다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금리입니다. 미국 연준이 7월 28~29일에 회의를 여는데, 시장은 70% 이상의 확률로 동결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이 연내 한 차례 이상 인상을 내다보고 있고, 물가 전망치도 올려 잡은 상태입니다. 시장은 매파적인 인상은 없을 거라고 보지만,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두 가지가 큰 문제 없이 지나간다고 7월에 확인되면, 8월부터는 다시 슬슬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짐작이니,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참 안타까운 경우가, '내가 왜 투자하는지' 본질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목적은 결국 행복입니다. 노후든, 가족이든, 나 자신이든. 그런데 주가 창을 들여다보느라 잠을 설치고,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하루가 온통 파란불에 잠식된다면, 그 투자는 이미 목적을 배반하고 있는 겁니다. 주식투자로 행복해지지 못한다면, 이 방법은 본인에게 맞지 않는 것입니다.
시장의 공포는 계좌만 시험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시험합니다. 금번 하락이 각자의 그릇과 목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