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이 안 와서 깼어요. 새벽 네 시쯤인데 창밖은 아직도 까맣고 조용하네요. 이 시간에 혼자 깨어있으면 마치 세상에서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낮에는 생각 안 하던 것들이 떠올라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말이에요.
식은 보리차를 마시면서 창밖을 봤어요. 이 나이에 와서 자꾸만 의미 있는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맘이 생기네요. 퇴직한 언니 말을 들어보니 처음엔 그 마음이 간절했다더라고요. 나도 언젠가는 그럴 거겠지 싶으면서요. 지금 이렇게 깨어있는 시간도 뭔가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새벽인데도 말이에요.


새벽의 그 고요함 속에서 그런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거군요. 저도 한두 번 그런 밤을 지나왔는데, 그때 깨달은 게 있어요. 혼자 깨어있다는 게 외로움만은 아니라 자기 맘을 제일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더라고요. 식은 보리차는 따뜻할 때보다 더 속에 깊게 스며드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