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10년 동안 시댁 제사나 명절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늘 먼저 나서서 시댁 일을 도와드렸습니다. 제 성격상 눈치가 빨라 시어머니께서 시키기 전에 먼저 움직이며 도리를 다해왔습니다.

이번 달에 자궁적출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술 후 몇 달간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를 절대 피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도저히 제사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남편을 통해 미리 못 간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주말, 시어머니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머니가 먼저 수술에 관해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수술까지 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옆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데도 어머니께서는 거실 TV만 뚫어지게 바라보셨습니다.

심지어 제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시더니, TV에 나오는 장면을 가리키며 저것 좀 보라고 딴청을 피우셨습니다. 약 5분 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다가, 결국 옆에 있던 남편이 "며느리가 말하는데 좀 들으시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제야 어머니께서는 "그래? 그래서 어떠냐?"라며 성의 없이 대꾸하셨습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나고 서운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몸이 안 좋아 수술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무관심하실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추석 때 못 온다고 하니 심술이 나신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며느리 아픈 것 따위는 관심이 없으신 것인지 마음이 복잡합니다.

남들 앞이라 기분 나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자꾸 그때 상황이 떠올라 잠이 오질 않습니다. 10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