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직장에 다닐 때부터 이어온 습관이다. 겨울이면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이지만, 요즘 같은 초여름에는 이미 창밖이 환하게 밝아져 있다. 그래서인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는 날이 많다.직장에 다닐 때는 눈을 뜨자마자 씻고,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퇴직한 지금은 예전처럼 서둘러 일어날 이유가 없다. 출근 준비가 아니더라도, 일찍 일어나 새벽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독서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대신,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여유를 즐긴다. 그 시간이 참 좋다.늦잠을 자고 싶었던 아들과 아침밥을 먹이고 싶었던 아버지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대학생 시절 방학이 되면 지방 집에 내려가 지내곤 했다. 학교 다닐 때야 수업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했지만, 방학 때는 밤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다 보니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이 낙이었다.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셨다. 아버지의 원칙은 단순했다. 출근 전 아침 식사 시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밥상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덕분에 어머니는 늘 난처한 처지가 되셨다. 아버지의 성화도 맞춰야 하고, 늦잠 자는 아들의 사정도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머니는 아침상을 차린 후 방안에 들이기 직전에 나를 깨웠고, 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밥상 앞에 앉아야 했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자다 깨서도 전혀 문제없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그 시절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이 있다."지금 밖에 나가 봐라. 사람들이 먹고살려고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지 아느냐."당시의 나는 그 말이 잔소리로만 들렸다.'방학인데 좀 더 자면 안 되나.'솔직히 그런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듣는 척하면서 흘려버리는 기술도 그 무렵 익혔다.이른 아침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오늘 아침 일찍 아내가 지방에 갈 일이 있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기에, 터미널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나섰다. 갈 때는 올림픽대로를 이용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일부러 일반도로를 택했다. 문득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참에 사람들이 아침 일찍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볼까.'정말로 많은 이들이 거리를 오갔다. 쓰레기 수거통을 밀며 하루를 시작하는 환경미화원, 먼 출근길을 서두르는 직장인, 반려견과 산책하는 중년 부부, 등산 배낭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걷고, 누군가는 즐거움을 찾아 길을 나선다. 이른 아침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하루가 출발하는 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아버지가 왜 그토록 아침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한때는 아침형 인간이 성공의 비결처럼 이야기되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공부하고, 자기 계발을 해야 성공한다는 이야기였다.하지만 나는 결국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했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도 자정이 되어야 잠자리에 들고 무슨 일이든 밤에 하는 것이 능률적으로 느껴지는 편이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고, 내 몸도 그 리듬에 익숙해져 있다.그래서 이제는 억지로 나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더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맞는 리듬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그런데도 오늘 아침 거리에서 만난 풍경 덕분에 한 가지는 깨달았다. 아버지가 원했던 것은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마도 당신은 아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성실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의 태도를 가르쳐주고 싶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잔소리로만 들렸던 말이, 이제는 아버지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나는 여전히 아침잠이 많다. 아버지가 바라던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창문에 비치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문득 아버지를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다. 어쩌면 부모의 영향력은, 우리가 부모의 외모를 닮았다고 느낄 때가 아니라,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퇴직 후에야 이해하게 된 아버지의 잔소리
💬 댓글 15
요즘은 대부분의 엄마가 대부분의 아내가 ㅋㅋㅋㅋ아침에 잘안일어나지않나요? ㅎㅎㅎㅎ 제가 잘못알고있는거죠? ㅎㅎㅎ 사실 제 아내가 아침잠이 워낙많아서 제가 착각하는걸지도요 ㅎㅎ 많이들 그런거같아요 아침먹고 출근하는 젊은 사람 거의없던데 ㅎㅎㅎㅎㅎㅎ 참고로저는 60대입니다 ㅎㅎㅎㅎ
제 아버지도 항상 비슷한 얘기를 하셨던 것이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모님들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이제 저희들도 그나이가 되어간다는 ~~~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 고등학생 아들이 그래요. 일반적인 직업을 가지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5시30분기상하는 아침형인간인데 하루를 길게 사는 느낌.대신 저녁엔 11시전에 잠자리에 듭니다~
내용도 좋습니다만, 글솜씨가 등단하셔야 할 것 같아요.
글도 잘쓰시고~~ 아버지의 말씀~지금 밖에 나가봐라~~정말 그렇게 느껴집니다!!!
님 글 참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저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고 한때 아침형 인간이 아닌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편의 느낌있는 수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의 기분좋은 수필을 읽었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의 마음이 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한동안 많이 힘들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그냥 엄마로서 살아 계심에 감사하고 엄마로써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줌에 감사함그것만 기억하고 엄마를 대하니 엄마 보는 시선이 좀 달라지긴 했습니다..지금은 최소 1년에 3번 정도 직장 다니면서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갑니다. 팔순이 넘으셨음에도
저희 아버지는 그러시지는 않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늘 문득 뵙고 싶네요~
와~ 글을 정말 잘 쓰십니다. 구독하고 쓰신글 정독 좀 하겠습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 수필을 읽은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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