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습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늘 하던 식사입니다.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커피 한잔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날 화제는 주식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올해로 아흔이 넘으셨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정하게 주식을 하십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고, 또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날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의 씨드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보통은 3천만 원 내외에서 주식을 하시던 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1억 가까이 되어 있는 겁니다. 주식이 좀 오른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최근 활황을 타고 씨드 자체를 늘리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절반 이하로 줄이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안 들으십니다. 2028년까지 반도체가 초호황이라는 이야기, 삼성전자 50만 원, SK하이닉스 400만 원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삼성전자, 하이닉스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보다 훨씬 많이요. 그런데 삼성전자가 50만 원 가고 하이닉스가 400만 원 가려면, 우리 코스피가 몇 가야 하는지 아세요? 12,000은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만큼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대체 누가 사줍니까? 외국인이요? 기관이요? 국민연금이요? 지금 전부 팔아야 할 사람들만 남았고, 개인들만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판에 어떻게 12,000을 갑니까?"

이런 식으로 한참을 말씀드린 끝에, 잘 설득해서 씨드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안부 전화를 드려 보니, 결국 못 파셨습니다. 이번 하락을 그대로, 온몸으로 받으셨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수급이 꼬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참 좋은 주식입니다. 저도 상당부분 수익실현을 했지만, 지금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좋은 주식들이 너무 짧은 기간에 급등하면서, 주변의 돈을 전부 쓸어가 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렸습니다. 여기까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5월 이후로는 외부에서 시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라, 시장 안에서의 수급마저 꼬여 버린 겁니다. 즉, 다른 종목들을 팔아 반도체 주식들을 사는 겁니다. 여기에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한몫을 했습니다.

아무리 상품이 좋으면 뭐 합니까? 회사가 많은 이익을 내면 뭐 합니까? 살 사람은 없고, 전부 팔 사람만 남은 형태가 되어 버린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한쪽으로 쏠리고 나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론 실적 발표입니다. 영업이익률을 81.2%로 발표했는데, 냉정히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처음에는 다들 열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열기가 가라앉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게 계속 실현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거기에 메타의 남는 컴퓨팅 판매 이슈, 그리고 마이클 버리 같은 이들이 참전하면서 불이 번졌습니다. 이른바 '고점론'의 등장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고점론에 동의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아직까지도 저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가지고 있는 거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일단 한번 상처를 받으면 이제 그 상처가 난 가격은 강력한 가격천장이 됩니다. 쉽게 뚤리지 않는 저항선이 생긴겁니다. 이건 단기간에 돌파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수급이 꼬인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함부로 사고파는 일입니다.

특히 주도주를 들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은 가만히 기다릴 때입니다. 섣불리 파도를 타 보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오전, 오후, 시간 단위로 위아래로 크게 출렁이는 장에서, 고점에 팔고 저점에 다시 사겠다는 계획은 대부분 그 반대로 끝이 납니다. 파도를 타는게 아니라 파도에 깔려 죽습니다.

현금을 들고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가 바닥이겠지' 하고 함부로 물을 탔다가는,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지금은 차분히 기다릴 때입니다. 꼬인 수급이 풀려서, 진짜 제대로 된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말입니다. 물론 더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기업이 진짜로 가치가 있고,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진짜 바닥은 결국 곧 찾아옵니다.

제가 오래 주식을 하면서 얻은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변동성 장에서 우리가 입는 손실의 많은 부분은 하락 그 자체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락에 반응하려는 우리의 손끝에서 나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회복했을 자리를, 굳이 무언가를 해서 확정 손실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 내는, 매우 어려운 '결정'입니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분들은 대체로 자주 사고파는 분들이 아니라, 이 어려운 결정을 반복해서 내릴 줄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어제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아버지가 제게 물으셨습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저는 그냥 가만히 계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버틸 때라고요.

사실 저는 이런 시황 전망이나 대응 방안은 웬만해선 글로 잘 안 올립니다. 솔직히 올려 봐야 좋은 소리 못 듣거든요. 맞추면 본인이 잘해서, 틀리면 제탓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우나어카페에는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하신 주린이 분들이 많고, 특히 노후의 소중한 자금을 굴리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투자에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보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