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사이에 "낳음 당했다"는 말을 두고 비난조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근데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그 맥락을 좀 들여다 볼 필요도 느껴요.

한강 작가님이 원래 아이를 안 낳으려 했다죠. 키우기 힘들고 어쩌고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 아이가 겪어야 할 모든 일들, 아이한테 감당하라고 할 자격이 나에게 있는가" 생각하셨다고 해요.

인생은 고행이라는 게 디폴트라잖아요.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나 힘들게 인생을 헤쳐갈지 통찰력 깊은 작가님은 멀리 보신 거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생을 살아라~~~라고, 아이한테 물은 적도 없는데 그러라고 할 수 있는지.

이건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인간 삶의 "피투성"과도 관련되는 거죠. 인간 존재는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세상에 던져짐으로써 시작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존재하고 싶다고 누구한테도 말한 적이 없는데 어느날 그냥 존재하게 된 거예요.

더구나 한국사회도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니 저성장 사회로 진입해서 우리 클 때보다도 더더 경쟁도 심하고 취업도 어려워요. 전체적으로 경제적 인프라는 발달했고 물리적 생활수준은 향상했지만 경쟁도 그만큼 더 심해졌어요. 아이들 입장에서 인생이 어렵다 느껴지는데 친밀한 관계는 대폭 줄었어요. 힘들고 괴로운 마음에 하는 얘기라고 저는 이해해요.

게다가 현명한 부모는 안 그러지만 일부 부모 중에는 자식 낳아봤자,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얘길 자식 면전에서 하면서 자녀가 뭔가 해내지 못하는 걸 비난하기도 하고요. 낳음 당했다는 건 상처 입은 애들 입에서 나오는 말 같습니다.

솔직히 부모가 자식을 낳는 게 자식 위해서인가요? 저는 인류를 위해 자식을 낳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 태어날 애들이 인생을 안 살면 억울해 할까봐 낳은 것도 아닌데.... 그냥 결혼도 하는 게 좋고, 자식도 낳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서, 엄격하게 말하면 저 좋자고 낳았어요. 따지고 보면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그러니 애들한테 의사를 묻고 낳은 것도 아니고, 만약 애들이 저런 말을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생각할듯요. 다행히 울 애들은 삶을 축복으로 여기면서 잘살고 있는 편이에요. 뭐가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가족관계에서 오는 위안이나 기쁨이 커서요. 어쨌든 가족 내에서 행복하게 크는 애들은 저런 말은 안 하더군요. 저 말은 너무 이른 나이에 인생이 너무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