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있는 자연치유 한의원에서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어릴 적 무릎이 아파
엄마 등에 업혀
한의원에 다니던 기억이 있다.
짧은 침, 긴 침이 무릎에 꽂히던
순간의 두려움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한의원은
내게 늘 낯설고 먼 곳이었다.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세종시에서 15분정도 더 들어가는
꼬불꼬불한 산길 끝의
한의원은 황토 펜션같은 분위기였다.
건물 2동과 식당으로 이용하는 비닐하우스,
자급자족하는 텃밭, 방목하는 닭과 오리들,
그리고 개 대신 집을 지키는
거위 한 쌍의 울음소리까지.
전원 그대로였다.
점심시간에 도착해 먼저 와 있던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암 환우분들이 주로 머물고 있었다.
젊은 분들도 있었고, 열 분 남짓 된다고 했다.
국가 지원으로 본인 부담을 줄여
장기체류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휴양목적이라 보험적용이 안 되면,
한달 숙식비가 120만원이라 한다.
시설은 솔직히 불편한 편이었다.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침구도 호텔 같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흥미로웠던 건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그런 불편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편보다 생활 리듬 자체를 바꾸는 데
더 의미를 두는 듯했다.
식사는 하루 두 번,
아침과 점심을 먹고
저녁은 비우는 방식이었다.
메로구이
아침에 낳은 청계알도 먹어봤다.
흔히 자연식이라 하면
채식만 떠올리는데 이곳은,
단백질과 육류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밭에서 키운 채소와 산나물들이
식탁에 올라왔다.
밤이 되자 산은 정말 깜깜했다.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어둠이었다.
원장님께 무서워 하던 침도 맞았고,
건강 이야기도 들었다.
나를 데려간 지인은 한 달 계약을 하고
아주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공동생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산속 생활도 즐기고,
식사도 잘 맞는다고 했다.
반면 나는 공용 화장실도 신경 쓰이고,
침구도 눈에 들어오고,
이것저것 자꾸 살피게 됐다.
몸을 쉬러 갔다가
새삼 또 깨닫는다.
나는 역시 까탈스러운 사람이다.
우리는 나이 들면
더 좋은 시설, 더 편한 침대,
더 호텔 같은 공간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들을 보니
사람을 붙잡는 건
의외로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청소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려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완벽한 편안함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더 버티게 되는지도 모른다.
산속에서 몸을 쉬러 갔다가
또 다른 삶의 방식 하나를 보고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