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주식은 반도체에 열광하고 있다.
누군가는 수익률을 자랑하고, 누군가는 늦었다며 불안해하고, 누군가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닷컴 버블도 그랬고, 부동산 광풍도 그랬고, 암호화폐 열풍도 그랬다.
대상만 바뀌었을 뿐 인간은 늘 같은 모습을 반복해왔다.
그래서 나는 시장을 볼 때 종목보다 인간을 먼저 본다.
왜 인간은 반복해서 같은 열광에 빠지는가.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 기개, 욕망으로 나누었다.
문제는 상승장이 시작되면 이 순서가 뒤집힌다는 것이다.
원래는 이성이 욕망을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욕망이 먼저 달리고 이성이 그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 이성은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변명을 만들기 시작한다.
"AI 시대니까."
"이번에는 구조적 성장이라니까."
"실적이 받쳐주니까."
이 말들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미 사고 싶어진 뒤에 이유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심리』에서 개인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면 판단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다고 말했다.
나는 이 책이 투자 서적보다 시장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군중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확신을 공유한다.
어느 순간 시장에는 분석보다 분위기가 많아진다.
"다들 사는데."
"이번에는 진짜라는데."
"안 사면 바보라는데."
군중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확신을 빌려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탈레브가 등장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인간의 가장 큰 착각을 지적했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과거를 설명하는 데 능숙할 뿐이라고.
상승장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시장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탈레브는 냉정하게 묻는다.
"당신은 이해한 것인가, 아니면 운 좋게 맞은 것인가."
블랙 스완은 늘 사람들이 가장 확신할 때 나타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플라톤, 르 봉, 탈레브.
세 사람은 시대도, 학문도 다르다.
그런데 셋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 욕망을 과신하고, 군중 속에서 판단을 잃고, 미래를 안다고 착각한다.
시장의 거품은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을 결핍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진자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것이 공포와 탐욕 사이를 오가는 진자가 된다.
사람들은 돈이 없을 때는 돈을 원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더 많은 돈을 원한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은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사람들은 늘 그것이 처음인 것처럼 반응한다.
결국 투자란 종목을 고르는 기술이기 전에 자기 자신을 다루는 기술인지도 모른다.
차트를 읽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자신의 욕망을 읽는 것이고,
시장을 예측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고수는 미래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사람이다.
시장은 언제나 인간을 시험한다.
돈으로 시험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욕망으로 시험하고, 두려움으로 시험하고, 확신으로 시험한다.
그리고 그 시험은 수천 년 전 플라톤의 시대에도 있었고, 르 봉의 시대에도 있었고, 오늘 반도체 시장에도 존재한다.
종목은 바뀌지만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투자란 결국 시장을 공부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을 공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독자님들, 늘 안전하게 성투 하시기 바랍니다.
-GIANT-
절대 책 광고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