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부쩍 선선해진 것 같아요
출근길에 맞는 바람은 시원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여름이 크게 손 흔들고 떠나가는 것 같습니다
예년보다 크게 손 흔드는 것이 우리에게 뭐라 말하는 것 같아요
고생했다
만만치 않았지?
이제 쉬어라
또 보자
살면서 가장 더운 올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나이도 제법이라 어지간한 일은 전에도 겪어본 느낌이 드는데 이런 더위, 열대야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한동안 신기록에 있었던 94년 여름에도 선풍기에 의지해 수업 받았었는데
올 여름에는 에어컨 아래 있어도 덥더라구요
지구가, 자연이 제 볼을 톡톡 두드리고 떠나는 것 같습니다
"너 이렇게 살면 다음에는 더 무섭게 올 거야!"
덥다고 에어컨부터 찾았더니
더워서 밥 하기 싫어 배달을 시켰더니
햇볕이 쎄니까 버스보다 내 차를 끌었더니......
이번 여름의 거리는 특히나 지저분했던 것 같아요
거리의 쓰레기통에는 일회용 컵들이 가득했어요
분리배출장에는 배달용기가 코로나 때만큼 많았던 것 같아요
골목에 쌓인 쓰레기들 냄새가 습기보다 많았던 것 같아요
큰 건물을 지날 때면 에어컨 실외기가 뿜어대는 뜨거운 바람에 몸이 휘청이기도 했어요
어제 밤에 공원을 산책하는데 부쩍 많은 분들이 산책하시더라구요
바람이 시원했어요
선선하고 건조한 바람이었어요
가을 바람은 하늬바람이라 하죠
'하늬'는 서쪽이란 뜻이고 하늬바람은 서풍이래요
예보를 보니 지금의 바람은 동쪽에서 부는 샛바람이네요
동쪽에서 서쪽으로 간 바람이
다시 집을 찾아 서쪽에서 동쪽으로 오면 가을이 시작되겠어요
지금 이 시원한, 그래서 고마운 바람이
반가운 가을을 모셔오는 이 자연적인 일들이
내년에도, 십년 후에도, 백년 후에도 자연스럽게, 익숙한 계절감으로 오게끔
우리들도 자연스럽게,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와 뭔가 어디 응모하는 글 같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