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아침부터 또 투닥투닥.. 옆집은 오늘도 싸우는구나, 하면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집 아빠가 "에이씨" 하면서 문 쾅 열고 나오는 거예요.

싸우는 소리가 다 들렸는데, 엘레베이터에 한참을 서 있었는데.

나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말할 수도 없고, 그게 사실도 아니고^^;;;

아저씨랑 어색하게 목례를 하고 나란히 엘베 기다리는데 어색해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ㅠㅠ

아파트 옆집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생활이 오픈되는 것 같아요. 엘베 기다리다 보면 그 집 엄마가 애들한테 소리지르는 거, 애가 우는 거, 엄마가 "나가 나가" 악 쓰는 거 다 들려요 ㅠㅠ 옆집 엄마도 평상시엔 되게 우아하게 하고 다니는데 집에서 모습은 또 다르더라고요. 그 집 애는 초등 고학년 같던데, 애가 인사도 잘하고 착해 보이건만, 어딘지 기죽어 보이고 표정이 어두웠는데..

엄마아빠가 그렇게 싸워대니 아이가 편안할 수가 없겠죠. 예전에 우나어님 누군가가 부부가 싸우면 아이는 냉골에 누워 있는 것처럼 내내 등이 시리다고 했죠. 너무 공감 가는 말이에요. 냉골에서는 식물도 못 커요. 뭔들 잘 클 수 있겠어요.

옆집 엄마도 가만 보면 각종 학원 설명회 쫓아다니고 교육에 열성이던데, 아이구,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싸우는 가정에서 애가 공부인들 집중해서 할 수 있겠나 싶어요. 물론 예외도 있죠. 저희 친척오빠도 노상 때려 부수는 집에서 컸지만 서울대에 고시 패스에... 그러나 성정이 편안하진 않아요.

아빠처럼 살지는 않겠노라 독기로 공부는 했지만 평생 편안한 사람은 못 되더군요. 노경선 박사가 "아이를 잘 키웠다는 것은, 아이가 사회성이 좋고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친척오빠는 두 가지 다 별로임.

옆집 아이가 언젠가 친구들을 데려 왔는데 그 집 엄마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다며 친구들 돌려보내는 걸 봤어요. 풀죽은 아이들 모습이 슬퍼 보였어요.

아이는 언제까지 아이가 아니라서... 아침저녁으로 싸우면서, 어른으로 본을 보이지 못하면서, 부모로서 아이를 따듯하게 감싸 안아주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공부 잘하라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부모를 언제까지 참아주지는 않더군요. 이제는 아이도 소리를 지릅니다. ㅠㅠ

이 동네가 나름 서울에선 학군지로 알려지고, 고등학교 입결도 뛰어나지만 각 가정을 들여다 보면 곪아들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어찌어찌 공부들은 잘하지만 은근 학폭 사건도 많고. 쉬쉬하더라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습시간은 OECD 최고예요. 예전에야 그렇게 양으로 승부내는 공부를 해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았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닌데 어쩔 땐 안타깝죠. 애들은 자꾸 병들어 가고.

옆집에도 좀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네요. 저는 작은애가 수험생인데도 넘 태평하게 살고 있어요. 큰애 키우면서 배운 바를 작은애 키울 때도 실천하지 못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