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0대 초중반, 올해로 결혼 26년 차를 맞이한 맞벌이 부부입니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대학생이 되어 타지에 나가 있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남편이 이전 직장에서 20년 직장생활 중 퇴사 전 주말부부를 6년 정도 하는 바람에, 그 시간 동안은 제가 홀로 직장 생활과 아이들 학업, 케어를 도맡아 왔습니다. 전업주부로 10년, 일한 지는 14년 정도 되었네요. 지금은 남편이 평일에 쉬고, 저는 주말에 쉬는 스케줄이라 서로 쉬는 날이 다릅니다.

사실 남편은 제가 직장 생활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같이 맞벌이를 하니 수입이 늘어 삶이 윤택해지니까요. 저 역시 가정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 아직 아이들이 대학생이라 한창 돈이 들어갈 때니 몸은 힘들어도 일을 다니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회사를 관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 식사까지 준비하는 게, 젊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갱년기인 지금은 너무 힘들더라고요. 강도가 아주 높은 업무는 아니지만 퇴근 후에는 온몸이 방전되어 그냥 뻗어버립니다.

제가 요즘 마음이 너무 지치고 서글퍼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저녁 밥상' 때문입니다.

남편은 2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임금피크제 직전에 퇴사한 후, 9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으며 쉬다가 지금은 다른 회사에 재취업해 다니고 있습니다. 남편이 쉬던 9개월 동안 집안일과 식사 준비를 맡겨보았지만, 당연히 서툴고 맛이 없었습니다. 제가 가르쳐보기도 하고 레시피를 쥐여줘도 꼭 자기 마음대로 요리를 하더군요. 결국 맛이 없으니 가족들이 안 먹게 되고, 남편도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 역시 요리가 어렵고 힘들지만, 가족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맛이 없더라도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

남편이 재취업한 이후로 제 서운함은 더 커졌습니다. 평일에 남편이 쉬는 날, 제가 하루 종일 지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참 서글픕니다. 대접받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가정에서 존중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고 싶은 건데 그게 안 되니까요. 만약 반대로 남편이 퇴근했는데 제가 모른 척하면 남편 역시 서운하지 않았을까요?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누다 "서로 식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가끔 사 먹거나 반조리 식품(레토르트)의 도움도 받자"고 합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남편은 단 한 번도 본인 손으로 식사를 준비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사 오거나 완제품을 살 뿐이지요. 얼마 전 김치찌개를 한 번 끓이긴 했는데, 그것도 제가 하라고 해서 한 거였습니다.

어제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휴무였던 남편에게 퇴근 전 저녁 메뉴를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답은 집 근처 식당에서 김밥을 사 먹자는 카톡이었고, 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차갑게 식더군요.

사실 저는 평소에 먹는 걸 그리 즐기지 않아서 저녁에 과일 몇 조각이면 충분한 사람입니다. 김밥이 맛없어서 화가 난 게 아닙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쉬면서 넷플릭스 영화는 잘 보았으면서, 정작 퇴근하는 아내를 위해 따뜻한 밥 한 끼 정성스레 차려줄 생각은 털끝만큼도 안 하는 그 무심함과 성의 없음이 서글펐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본인은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해왔으면서, 정작 본인이 차려야 할 상황이 되니 너무나 쉽게 사 먹자로 때우려는 그 이중적인 태도에 숨이 턱 막혔습니다.

결국 저는 밥을 먹기 싫은데도 저녁밥을 지어야 하는 입장인 거죠. 정작 본인은 제가 지쳐 퇴근할 때 손수 밥 한 끼 차려줄 생각을 안 하면서요.

남편에게 실망감이 너무 큽니다. 맞벌이로 경제적 이득은 누리고 싶어 하면서, 가사 노동은 제대로 분담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제가 식사 준비를 하는 날은 남편이 설거지와 뒷정리를 담당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는 밥하는 것 좀 안 하고, 남이 차려준 밥 먹고 치우기만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제가 모든 식사 준비를 떠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남은 인생이 끔찍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제가 너무 속이 좁은 걸까요? 아니면 26년 동안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걸까요. 다른 맞벌이 부부님들은 은퇴 즈음의 식사 번아웃을 어떻게 현명하게 넘기셨는지 조언과 지혜를 구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